에스더 2장 별을 숨긴 소녀
왕이 떠올린 것
1 이 일 후에 아하수에로 왕의 분노가 가라앉았다. 왕이 와스디와 그녀가 한 일과 그녀에게 내린 결정을 기억했다.
“분노가 가라앉자 기억이 찾아왔다.” 본문의 순서가 정직하다. 감정이 식은 다음에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보인다. 에스더서의 왕은 위엄 있고 충동적이며, 타인의 말에 쉽게 움직인다. 영웅이 아니다. 그 공백을 에스더와 모르드개가 채운다.
2 시중드는 신하들이 왕에게 말했다.
“왕을 위해 아름답고 처녀인 젊은 여자들을 구하게 하소서.
3 왕이 각 지방에 관원들을 임명하여 모든 아름다운 처녀를 수산 궁성 여인의 집(harem)으로 모으되, 왕궁 여인을 주관하는 내시 헤개(Hegai)에게 맡겨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소서.
4 그 중에 왕이 기뻐하는 처녀를 와스디 대신 왕후로 삼으소서.”
왕이 이 말을 좋게 여겨 그대로 행했다.
에스더
5 수산 궁성에 모르드개(Mordecai)라는 유대인이 있었다. 베냐민 지파 기스의 증손, 시므이의 손자, 야이르의 아들이었다.
모르드개의 족보는 의미심장하다. 베냐민 지파, 기스의 후손 — 이스라엘 초대 왕 사울도 베냐민 지파 기스의 아들이었다(사무엘상 9:1). 한편 이 이야기의 악당 하만은 아각 사람이다. 아각은 사울이 죽이지 않아 하나님께 책망받은 아말렉 왕이다(사무엘상 15장). 사울이 끝내지 못한 것을 그 후손 모르드개가 마무리한다는 신학적 구도가 에스더서 전체를 관통한다.
6 예루살렘에서 사로잡혀 온 자였다.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 · ㉸ 네부카드네자르)이 유다 왕 여고냐(Jeconiah · ㉸ 여코니야)와 함께 사로잡아 간 자들 중에 있었다.
7 모르드개에게 삼촌의 딸이 있었다. 이름은 하닷사(Hadassah)였고, 그녀는 곧 에스더(Esther · ㉸ 에스테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없었다. 그녀는 용모가 빼어나고 아리따웠다. 모르드개는 그녀의 부모가 죽은 후 자신의 딸로 삼았다.
하닷사는 히브리어로 ‘도금양(myrtle, 화살나무과 상록관목)‘을 뜻한다. 에스더는 페르시아어 또는 아카드어 ‘이슈타르(Ishtar, 사랑과 전쟁의 여신)’ 혹은 페르시아어로 ‘별’을 뜻하는 ‘스타라(stara)‘에서 파생된 이름으로 본다. 히브리 이름과 페르시아 이름을 함께 가진 소녀. 두 세계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8 왕의 명령과 조서가 반포되자 처녀들이 수산 궁성 여인의 집으로 많이 모였다. 에스더도 궁으로 이끌려 가 여인의 집을 주관하는 헤개에게 맡겨졌다.
9 헤개가 에스더를 기뻐했다. 에스더가 그의 은혜를 입었다. 헤개가 빨리 그녀에게 필요한 것과 몫을 주었고, 왕궁에서 일곱 시녀를 뽑아 주었다. 에스더와 그녀의 시녀들을 여인의 집 가장 좋은 처소로 옮겨주었다.
10 에스더가 자기 민족과 종족을 말하지 않았다. 모르드개가 그녀에게 알리지 말라 했기 때문이었다.
에스더는 자기가 유대인임을 숨겼다. 제국의 수도 수산에서 소수민족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의 위험을 모르드개는 알고 있었다. 이 침묵이 나중에 폭발적인 무게를 가지게 된다. 4장에서 에스더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로 결단할 때, 그것은 단순히 왕 앞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감춰온 자신의 본질을 세상 앞에 내놓는 일이 된다.
11 모르드개가 날마다 여인의 집 뜰 앞을 오가며 에스더의 안부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자 했다.
열두 달의 준비
12 처녀마다 차례를 기다려 아하수에로 왕 앞에 나아갔다. 여인의 규례에 따라 열두 달이 차야 했다. 여섯 달은 몰약 기름을, 여섯 달은 향품과 여인에게 필요한 것들로 단장하는 기간이었다.
13 처녀가 왕 앞에 나아갈 때에는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여인의 집에서 왕궁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14 저녁에 들어갔다가 아침에 후궁으로 돌아왔다. 후궁 담당 내시 사아스가스(Shaashgaz)에게 맡겨졌다. 왕이 그녀를 기뻐하여 이름을 지목하지 않으면 다시 왕 앞에 나오지 못했다.
에스더가 왕 앞에 서다
15 아비하일의 딸이며 모르드개의 삼촌의 딸인 에스더가 왕 앞에 나아갈 차례가 됐다. 에스더는 여인의 집을 주관하는 내시 헤개가 정해준 것 외에는 별다른 것을 구하지 않았다.
에스더가 모든 보는 자에게 은혜를 입었다.
16 왕이 즉위한 지 제칠년 시월, 곧 데벳(Tebeth) 월에 에스더가 왕궁에 들어가 왕 앞에 나아갔다.
17 왕이 에스더를 모든 처녀보다 더 사랑했다. 그녀가 왕에게 모든 처녀보다 은총과 총애를 더 많이 입었다. 왕이 왕관을 에스더의 머리에 씌우고 와스디 대신 왕후로 삼았다.
18 왕이 모든 방백과 신하를 위해 에스더의 잔치를 크게 베풀었다. 각 지방을 위해 휴일을 선포하고 왕의 예물을 왕후를 위해 내렸다.
에스더가 왕비가 된 것이 행운인지 섭리인지, 본문은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가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민족을 살리기 위한 위치가 될 것임을 독자는 곧 알게 된다.
모르드개의 충성
19 두 번째로 처녀들을 모을 때, 모르드개가 왕의 대문에 앉아 있었다.
20 에스더는 모르드개의 명대로 자기 종족과 민족을 아직 말하지 않았다. 에스더가 모르드개의 명령을 자기를 양육할 때와 같이 따랐다.
21 모르드개가 왕의 대문에 앉았을 때 왕의 내시인 빅다나(Bigthan)와 데레스(Teresh)가 아하수에로 왕에게 원한이 있어 왕을 암살하려는 것을 알게 됐다.
22 모르드개가 왕후 에스더에게 알리고, 에스더가 모르드개의 이름으로 왕에게 고했다.
23 이것이 조사되어 사실로 확인되었다. 두 내시가 나무에 달렸다. 이 일이 왕 앞에서 왕조실록(Book of the Chronicles)에 기록되었다.
이 마지막 문장이 작은 씨앗처럼 심겨진다. 기록된 충성심. 읽히지 않은 기록. 6장에서 잠 못 이룬 왕이 실록을 읽다가 바로 이 기록을 발견한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에스더서에서 우연은 없다.
다음 장 — 새 인물이 등장한다. 하만. 그리고 모르드개는 그 앞에 절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