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5장 벽의 글씨

벨사살의 잔치

1 벨사살 왕이 그 귀족 천 명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고 그 천 명 앞에서 포도주를 마셨다.

벨사살(Belshazzar · ㉸ 벨사차르) — 바빌론의 마지막 섭정왕. 역사적으로 그는 느부갓네살의 직접적 아들이 아니라 나보니두스 왕의 아들이었다. 나보니두스가 아라비아 테이마에 머무는 동안 벨사살이 바빌론을 다스렸다. 다니엘서가 그를 느부갓네살의 ‘아들’로 부르는 것은 당시 아람어에서 ‘아들’이 ‘후계자’ 혹은 ‘왕조적 계승자’를 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54년 J. G. 테일러가 우르 인근에서 발굴한 점토 원통은 나보니두스가 ‘벨사살 나의 맏아들’에게 나라를 맡겼다고 기록한다. 이로써 벨사살이 실존 인물임이 고고학적으로 확인됐다.

2 벨사살이 포도주를 마실 때에 명하여 그의 아버지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져온 금과 은 기물들을 가져오게 했다. 왕과 귀족들과 왕비들과 후궁들이 그것으로 마시기 위해서였다.

3 이에 예루살렘 하나님의 성전에서 가져온 금 기물들을 가져왔다. 왕과 귀족들과 왕비들과 후궁들이 그것으로 마셨다.

4 그들이 포도주를 마시면서 금과 은과 청동과 철과 나무와 돌로 만든 신들을 찬양했다.

성전 기물로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단순한 방탕이 아니었다. 바빌론이 예루살렘을 이겼음을, 바빌론의 신들이 이스라엘의 신보다 강함을 과시하는 의례적 행위였다. 2장 2절에서 그 기물들을 바빌론 신전에 들여놓은 것의 연장선이다.


벽에 나타난 손

5 그 때 사람의 손가락들이 나타나서 왕궁 촛대 맞은편 흰 회칠한 벽에 글씨를 썼다. 왕이 그 글씨 쓰는 손목을 보았다.

6 왕의 안색이 변하고 그 생각이 그를 두렵게 하였으며 넓적다리 마디가 풀리고 무릎이 서로 부딪혔다.

7 왕이 큰 소리로 술사들과 갈대아 술사들과 점쟁이들을 들어오게 했다.

“누구든지 이 글씨를 읽고 그 해석을 내게 보이면 자주색 옷을 입히고 금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고 나라의 셋째 통치자가 되게 하리라.”

8 왕의 지혜자들이 다 들어왔으나 그 글씨를 읽지 못하고 왕에게 그 해석을 알리지 못했다.

9 느부갓네살 왕이 크게 두려워하여 안색이 변하였다. 귀족들도 당황했다.


왕비의 말

10 왕과 귀족들이 하는 말로 말미암아 왕비가 잔치 집에 들어왔다.

“왕이여, 만세를 누리소서. 두려워하지 마소서. 안색이 창백해지지 마소서.

11 왕의 나라 안에 거룩한 신들의 영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왕의 아버지 때에 빛과 총명과 지혜가 있었습니다. 왕의 아버지 느부갓네살 왕이 그를 마술사와 점성술사와 갈대아 술사들과 점쟁이들의 우두머리로 세웠습니다.

12 왕의 아버지가 벨드사살이라고 이름을 지어준 다니엘에게 빼어난 정신과 지식과 총명이 있어서 꿈도 해석하고 수수께끼도 풀며 매듭도 풀었습니다. 이제 다니엘을 불러오소서. 그가 해석을 알려드릴 것입니다.”


다니엘 앞에 서다

13 다니엘이 왕 앞에 들어왔다.

왕이 다니엘에게 말했다.

“네가 내 아버지 왕이 유다에서 사로잡아온 유다 포로 중 다니엘이냐?

14 내가 네 소문을 들었다. 신들의 영이 네 안에 있고 빛과 총명과 뛰어난 지혜가 네 안에 있다고.

15 이제 지혜자들과 술사들이 내 앞에 들어와서 이 글씨를 읽고 그 해석을 내게 알려주려 했으나 알리지 못했다.

16 네가 해석을 잘 한다고 들었다. 네가 이 글씨를 읽고 그 해석을 내게 알리면 자주색 옷을 입히고 금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고 나라의 셋째 통치자가 되게 하리라.”

17 다니엘이 왕에게 대답했다.

“왕의 선물들은 왕이 가지소서. 상은 다른 사람에게 주소서. 그래도 내가 왕을 위해 그 글씨를 읽고 해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니엘의 선언

18 왕이여,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 왕의 아버지 느부갓네살에게 나라와 권세와 영광과 위엄을 주셨습니다.

19 그가 받은 권세로 말미암아 모든 백성과 나라와 언어가 다른 자들이 그 앞에서 떨고 두려워했습니다. 그의 뜻대로 죽이고 살리고 높이고 낮추었습니다.

20 그러나 그 마음이 높아지고 뜻이 완악해져서 교만하게 행했을 때 왕위에서 내려져 영광이 그에게서 떠났습니다.

21 그가 사람들에게서 쫓겨나 마음이 들짐승의 것 같게 됐습니다. 들나귀와 함께 살면서 소처럼 풀을 먹었습니다. 몸이 하늘 이슬에 젖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 사람의 나라를 다스리시며 자기 뜻대로 그것을 누구에게든지 주신다는 것을 알기까지.

22 그의 아들 왕이여, 이것을 다 알고도 아직 마음을 낮추지 않으셨습니다.

23 하늘의 주재를 거스르고 그의 성전 기물들을 왕 앞으로 가져다가 왕과 귀족들과 왕비들과 후궁들이 그것으로 포도주를 마셨습니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금과 은과 청동과 철과 나무와 돌로 만든 신들을 찬양하였습니다. 왕의 호흡을 주관하시고 왕의 모든 길을 작정하시는 하나님은 영화롭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24 이러므로 그분이 이 손목을 보내어 이 글씨를 쓴 것입니다.


벽의 글씨 해석

25 기록된 글씨는 이것입니다.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Mene Mene Tekel Upharsin)

26 그 해석은 이렇습니다.

메네 — 하나님이 왕의 나라를 셈하셔서 끝을 내셨다는 것입니다.

27 데겔 — 왕이 저울에 달렸는데 부족한 것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28 베레스 — 왕의 나라가 나뉘어 메대와 페르시아에 줄 것이라는 것입니다.”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 아람어. 무게 단위들이다. 메네(מְנֵא)는 미나(mina), 데겔(תְּקֵל)은 세겔(shekel), 우바르신(פַּרְסִין)은 반 세겔(peres = half-mina, 복수형). 단위 이름과 동음이의어인 동사들 — 메네(셈하다), 데겔(달다), 페레스(나누다/페르시아). 다니엘이 이 중의적 의미를 풀어낸 것이다. 당시 청중은 단위 이름만 들어도 그 뒷면에 숨은 동사를 들었을 것이다.


그날 밤

29 이에 벨사살이 명하여 다니엘에게 자주색 옷을 입히고 금 목걸이를 그 목에 걸어주었다. 나라의 셋째 통치자라 선포했다.

30 그 날 밤에 갈대아 왕 벨사살이 죽었다.

31 다리오(Darius · ㉸ 다리우스) 메대 사람이 나라를 받았다. 그 때 그의 나이는 육십이 세였다.

BC 539년 10월. 페르시아 왕 고레스의 장군 우그바루(Ugbaru)가 바빌론에 무혈 입성했다. 고대 바빌론 연대기(Babylonian Chronicle)에는 “바빌론의 신들이 고레스를 환영했다”고 기록한다. 벨사살은 바빌론 외곽에서 전투 중에 죽었다. ‘다리오 메대 사람’의 정체는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 중이다 — 고레스 자신, 혹은 우그바루, 혹은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인물로 보는 견해들이 있다.

다음 장 — 새 왕 다리오의 통치 아래서도 다니엘은 위기를 맞는다. 이번에는 불이 아니라 굶주린 사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