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애가 3장 그러나 아침마다 새롭다
3장은 이 책에서 가장 특별한 구조를 가진다. 알파벳 22자를 쓰되, 각 글자마다 3행씩 — 총 66절. 이 밀도 높은 형식 안에서 절망이 극에 달했다가, 정확히 중간(22-23절)에서 돌아선다. 슬픔의 책 한가운데에서 신뢰의 고백이 빛난다.
어둠 속에서
1 나는 그분의 진노의 막대기로 말미암아 고난을 당한 사람이다.
2 나를 이끌어 빛이 아닌 어둠 속으로 걸어가게 하셨다.
3 참으로 그분이 온종일 나를 대적하여 손을 돌리고 또 돌리신다.
4 내 살과 피부를 쇠하게 하셨다. 내 뼈들을 꺾으셨다.
5 쓴 것과 고생으로 나를 에워싸 쌓으셨다.
6 오래전에 죽은 자들처럼 나를 어둠 속에 두셨다.
7 나를 울타리로 막으셨다. 나올 수 없다. 내 족쇄들을 무겁게 하셨다.
8 내가 부르짖고 도움을 외쳐도 내 기도를 막아버리셨다.
9 돌로 깎은 길로 막으셨다. 내 길들을 휘게 하셨다.
10 그분이 숨어 기다리는 곰 같으셨다. 숨어 있는 사자 같으셨다.
11 내 길을 굽히게 하시고 나를 갈기갈기 찢으셨다. 황폐하게 하셨다.
12 활을 당기셨다. 나를 화살의 과녁으로 세우셨다.
13 화살 통의 화살들이 내 콩팥들을 꿰뚫었다.
14 내가 내 모든 백성에게 비웃음거리가 됐다. 종일토록 그들의 노래가 됐다.
15 쓴 것들로 나를 배부르게 하셨다. 쑥으로 취하게 하셨다.
16 자갈로 내 이를 상하게 하셨다. 재 속에 나를 눌러버리셨다.
17 내 혼이 평강에서 멀어졌다. 형통이 무엇인지 잊었다.
18 내가 말했다. “내 힘이 없어졌다. 여호와에 대한 내 소망이.”
돌아서다
19 내 고난과 방황, 쑥과 쓸개를 기억하소서.
20 내 혼이 그것들을 기억하고 속에서 낙심한다.
21 이것을 내가 마음에 기억하므로 내게 소망이 있다.
22 여호와의 인자(헤세드)와 긍휼이 끊어지지 않으니 이것이라.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은.
23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롭다. 주의 성실하심이 크도다.
24 내 혼이 말한다. “여호와는 나의 몫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를 바라겠노라.”
22-23절 — 애가 전체에서 가장 밝은 한 마디. 절망의 극에서 맞이하는 반전이다. 히브리어 ‘헤세드(חֶסֶד)‘는 언약에 기반한 충실한 사랑. 번역마다 다르게 옮긴다 — 인자, 자비, 사랑, 신실함. 어느 한 단어가 담지 못하는 개념이다. ‘아침마다 새롭다’ — 이 구절이 윌리엄 채트마이어 러니언(William Chalmers Runyan)이 1923년 작곡한 찬송 「Great Is Thy Faithfulness」의 본문이다. 토마스 오치슬라거 치솜(Thomas O. Chisholm)이 가사를 썼다. 파멸된 예루살렘의 폐허 위에서 피어오른 고백이 백 년 뒤 찬송이 됐다.
25 여호와는 선하시다. 그를 바라는 자에게. 그를 찾는 혼에게.
26 여호와의 구원을 잠잠히 기다리는 것이 좋다.
27 사람이 젊었을 때에 멍에를 메는 것이 좋다.
28 여호와께서 그에게 씌우실 때에 홀로 앉아 잠잠하게 되는 것이 좋다.
29 흙에 입을 댈 것이니 소망이 있을 것 같다.
30 그를 치는 자에게 뺨을 맡기고 치욕을 충분히 받는 것이 좋다.
야훼가 영원히 버리지 않으신다
31 주께서 영원히 버리지 않으신다.
32 그분이 근심하게 하시더라도 그분의 많은 인자(헤세드)에 따라 긍휼히 여기신다.
33 그분은 사람들의 자녀들을 마음으로 괴롭히거나 근심하게 하시지 않는다.
34 땅의 포로들을 모두 발 아래 짓밟고
35 사람의 권리를 지극히 높으신 분 앞에서 굽히고
36 사람을 그의 소송에서 억울하게 하는 것 — 이것들을 주께서 기뻐하지 않으신다.
37 주께서 명하지 아니하셨는데 누가 말하면 이루어지겠는가.
38 재앙과 복이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입에서 나오지 않겠는가.
39 산 자가 어찌 자기 죄벌을 받으므로 원망할 것인가.
40 우리가 우리의 길들을 살피고 알아보자. 여호와께로 돌아가자.
41 우리의 마음과 함께 손을 들어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올리자.
42 우리가 반역하고 거역하였으며 당신이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
또 다시 어둠으로
43 주께서 진노로 덮으시고 우리를 추격하셨습니다. 죽이셨습니다.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44 구름으로 덮으셨습니다. 기도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45 우리를 민족들 가운데 쓰레기와 찌꺼기로 두셨습니다.
46 우리의 모든 원수들이 우리를 향해 입을 벌렸습니다.
47 두려움과 웅덩이가 우리에게 왔습니다. 황폐와 멸망이.
48 내 백성의 딸이 파멸됐기 때문에 내 눈에서 물이 흘러내린다.
49 내 눈이 쉬지 않고 눈물을 흘린다. 그칠 수도 없이.
50 하늘에서 여호와께서 굽어 살피실 때까지.
51 내 눈이 내 성읍의 모든 딸들로 말미암아 내 혼을 상하게 한다.
52 까닭 없이 나를 원수로 삼는 자들이 나를 새처럼 심히 사냥했다.
53 그들이 내 생명을 구덩이에 끊으려 했다. 나를 향해 돌을 던졌다.
54 물이 내 머리 위까지 넘쳤다. 내가 말했다. “나는 끊어졌다.”
부르짖음이 응답받다
55 여호와여, 내가 깊은 구덩이에서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56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셨습니다. 내 탄식의 숨결에 귀를 막지 마소서.
57 내가 당신을 부르던 날에 당신이 가까이 오셨습니다.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58 주여, 당신이 내 혼의 소송들을 변호하셨습니다. 내 생명을 속량하셨습니다.
59 여호와여, 당신이 내가 억울히 당한 것을 보셨습니다. 나를 위해 판결해주소서.
60 그들의 모든 복수와 내게 꾸민 모든 음모를 당신이 보셨습니다.
61 여호와여, 그들의 치욕과 내게 꾸민 모든 음모를 들으셨습니다.
62 나를 대적하여 일어난 자들의 입술과 그들의 속삭임이 종일 나를 거슬렀습니다.
63 보소서. 그들이 앉고 서는 것을. 내가 그들의 노래가 됐습니다.
64 여호와여, 그들의 손의 일대로 그들에게 갚으소서.
65 마음의 우둔함을 그들에게 주소서. 저주가 그들에게 있게 하소서.
66 진노로 추격하시고 여호와의 하늘 아래서 없애버리소서.
3장의 구조가 이 책의 심장이다. 1-21절 — 극도의 절망. 22-33절 — 반전과 신뢰. 34-66절 — 다시 탄식과 호소. 빛이 영구적으로 어둠을 이긴 것이 아니다. 빛이 어둠 한가운데서 잠시 타올랐다. 그러나 그 한 순간이 전부를 바꾼다. 22-23절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 책은 절망서가 아니라 신앙의 책이 된다. 가장 어두운 책에서 가장 밝은 고백이 나왔다.
다음 장 — 시온의 자녀들. 한때 금처럼 빛났던 것들이 토기처럼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