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룩서 6장 우상은 신이 아니다

편지의 시작 — 예레미야가 포로들에게

1 이것은 예레미야(Jeremiah) 예언자가 바빌론으로 끌려가는 포로들에게 쓴 편지다. 유다 왕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이 바빌론으로 잡아가는 자들에게 하나님이 보내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이 장은 바룩서 안에 포함된 독립 문서다. 일부 사본에서는 “예레미야의 편지(Epistle of Jeremiah)“라는 별도 제목을 갖는다. 70인역과 불가타에서는 바룩서 6장으로 편입됐다. 예레미야 29장에도 바빌론 포로들에게 쓴 편지가 나온다 — 이 편지와 짝을 이루는 구성이다. 가톨릭·정교회 정경; 개신교는 외경으로 분류한다.

2 바빌론에서 이 편지를 들어라. 너희 죄 때문에 하나님이 오래오래 그곳에 두실 것이다. 칠 세대까지.

3 그 후에 내가 평화 속에 너희를 데려오겠다고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4 이제 바빌론에서 금과 은과 나무로 만든 신들을 보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어깨에 메고 다니고, 이방 민족들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려 하는 것들이다.

5 조심해라. 그런 이방인들을 본받아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마라. 그들의 신상들을 보아도 무리들이 앞뒤에서 경배한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마라.

6 이렇게 말해라. “주님, 우리가 경배해야 할 분은 당신뿐입니다.”


우상의 실체 — 금과 나무와 헝겊

7 천사가 나와 함께 있다. 내 영혼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것들의 혀는 장인이 다듬은 것이다. 금으로 씌워졌다. 사실은 은이고 나무다. 진짜 말은 할 수 없다.

8 신전에서 금을 가져다가 신의 머리에 씌운다. 여자들이 금 장신구로 꾸민다. 매춘부 여인들이 꾸미듯이.

9 제사장들이 신상에서 금과 은을 빼앗아 자기들이 쓴다. 신전 여창기들에게도 나눠준다.

10 부인들이 자주색 아마포 옷으로 신상을 입힌다. 그러나 신상은 부인들이 속이는 것을 막지 못한다.

11 신상이 녹슬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닦는다. 그러나 녹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7-11절의 묘사는 신상 제작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고대 바빌론 신전에서 신상은 정기적으로 세탁되고 재도장됐다. 이 의식을 “신의 입 씻기(mīs pî)“라 했는데, 신상 입을 씻어 그것이 진짜 신이라고 활성화하는 의례였다. 바룩서는 그 의례의 번거로움 자체를 풍자의 재료로 쓴다.

12 신상을 위해 온갖 제물을 준비한다. 그러나 신상은 맛을 느끼지 못한다.

13 그것에게는 눈이 있지만 먼지 속에 있다. 제사장들의 여자들이 집에서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지 못한다.

14 제사장들이 신상을 들어다 앉힌 뒤 자기들이 먹고 마시고 옷 입는 것을 신상에게 가져다 바친다. 죽은 것 앞에 드리는 것들이다.

15 장님 앞에 차린 상과 같다. 두더지처럼 눈이 멀어 있다.


신은 말하지 않는다, 구하지 못한다

16 그러므로 그것들이 신이 아님을 알아라. 그것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17 왕 앞에 깨진 그릇처럼, 그것들은 아무 쓸모가 없다. 하나님의 저주를 받으리라.

18 신상들의 눈이 먼지로 뒤덮여 있다. 제사장들 때문에 집 안은 연기로 가득 차 있다.

19 올빼미와 제비와 다른 새들이 신상의 머리 위에 앉는다. 고양이도 그렇다.

20 이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것들이 신이 아님을.


도망도 못 친다

21 금을 두르고 있어도 빛나지 않는다. 장인이 닦지 않으면 녹이 슨다. 신상이 주조될 때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22 많은 값을 치러 사도, 그것들 안에 생기가 없다.

23 발이 없다. 그러니 어깨에 메고 다녀야 한다. 자기 부끄러움을 사람들에게 드러낸다. 신을 섬기는 자들도 부끄러움을 당한다.

24 왜냐하면 신상이 쓰러지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한다. 바로 세워주지 않으면 세워지지 않는다. 선물도 신상에게 두면 그냥 있다. 죽은 자에게 두는 것과 같다.

25 제사장들이 신상의 제물을 팔아 자기 돈으로 쓴다. 아내들도 소금에 절이고 신상을 위한다고 하고 그것을 나눠 갖는다. 가난한 자나 무력한 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26 생리 중인 여인과 출산한 여인이 신상을 만진다. 이것들이 신성한 것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들은 신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도둑도 두렵지 않다

27 어디서 그것들이 신이라고 불리는가? 여자들이 은과 금과 나무 신상들 앞에 음식을 차린다.

28 제사장들이 앉아서 음식을 뜯어먹는다. 아내들도 소금에 절인 것들을 받아 먹는다. 그 가운데 가난한 자나 병든 자에게 주는 일은 없다.

29 불결하고 생리 중인 여인도 이런 제사에 손을 댄다. 이것들이 신성하다는 것을 알면서. 이 때문에 그것들이 신이 아님을 알아라. 두려워하지 마라.

30 도둑들이 그것을 훔쳐가도 신상은 스스로를 구하지 못한다. 강한 자가 빼앗아 가도 막지 못한다.

31 도움을 요청해도 응답이 없다. 왕에게 도둑을 잡아달라고 신상이 외칠 수 없기 때문이다.

28-31절은 바빌론 신전의 실제 관행을 기반으로 한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신전 제물 중 일부는 제사장 가족의 몫이었고, 신상 앞 음식을 제사장이 치우는 것이 일상적 관행이었다. 기원전 539년 페르시아 왕 키루스가 바빌론을 점령했을 때 바빌론의 신상들이 실제로 아무 저항도 못 했다는 사실을 바룩서 독자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장님, 귀머거리, 무력자

32 눈 먼 자가 앉아서 길을 안내할 수 없다. 신상도 마찬가지다. 두려워하지 마라.

33 신상들은 쓸모가 없다. 사자가 낫다. 사자는 적어도 무섭기라도 하다. 신상들은 어떤 식으로도 스스로를 돕지 못한다.

34 번개나 우레가 오면 신상 제사장들은 도망간다. 스스로를 숨긴다. 신상들은 그 자리에 그냥 있다.

35 불이 신상들을 태울 수도 있다. 그러나 신상들은 스스로를 꺼내지 못한다.

36 전쟁이 나서 적들이 신전에 들이닥치면 어떻게 되는가? 신상은 스스로 도망치지 못한다. 감춰지지도 못한다. 그 자리에 그냥 있을 뿐이다. 이것들이 신이 아님을 알아라. 두려워하지 마라.


금도 지혜도 없다

37 나무로 된 신들, 금으로 씌워진 것들, 은으로 싸인 것들 — 이것들은 이방 민족들에게 거짓말이다.

38 야망 있는 왕의 손에 죽지 않으려고, 도망치지 못한다. 말할 수 없다.

39 아무도 그 손에서 빼앗거나 지킬 수 없다. 신상은 스스로를 구하지 못한다.

40 그것들이 신이 아님을 알아라. 두려워하지 마라.


자연도 하나님의 명령을 듣는다

41 바빌론 사람들이 절름발이이거나 귀먹은 신에게 말할 수 있다고 여기는데 왜 신상들에게 경배하는가?

42 바빌론의 여자들이 허리에 줄을 두르고 길가에 앉아 있다. 그리고 지나가는 자들이 자기와 자도록 간청한다.

43 한번 들어간 여자가 이웃 여자를 비웃는다 — 그녀 남자가 먼저 줄을 풀어줬다고. 이 우상 앞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이것들이 신이 아님을 알아라. 두려워하지 마라.

42-43절의 기묘한 묘사는 헤로도토스(Herodotus)가 역사(Histories) 1.199에서 기록한 바빌론 이슈타르(Ishtar) 신전의 신성 매춘 관행과 연관이 있다. 헤로도토스는 모든 바빌론 여성이 평생 한 번씩 이 의례를 치러야 했다고 기록했다. 오늘날 학자들은 그 기록의 정확성에 의문을 품지만, 바룩서 저자는 그런 관행에 대한 소문을 재료로 삼아 바빌론 종교 전체를 조롱한다.

44 나무로 깎고, 금과 은으로 씌운 신들이다. 이 신들이 실제로 어떤 나라를 살렸는가? 어떤 사람을 구했는가?

45 이스라엘에게 자신들의 땅을 주거나 비를 내린 적이 있는가?

46 심판을 베풀거나 억압받는 자들을 구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신일 것이다.

47 목수가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서 신을 만든다. 목수가 만든 것이다. 얼마 못 가서 썩는다. 그것들이 신이 아님을 알아라. 두려워하지 마라.


거듭 반복되는 선언

48 그것들은 나라를 구하지 못한다. 적들에게서 도망치지도 못한다.

49 금과 은이 씌워져 있어서 불에 탈 것이다. 이방 신들을 섬기는 자들은 구원받지 못한다.

50 그것들은 재판관처럼 행동하지 못한다. 땅을 도울 수 없다.

51 힘이 없다. 사람들 앞에 뭔가를 세울 수 없다. 왕을 세우거나 폐하지 못한다. 번영을 주지 못한다.

52 욕심쟁이를 막지 못한다. 신전을 불로 지키지 못한다.

53 약하고 무력한 자를 도와주지 못한다. 과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고아에게 아무 선행도 베풀지 못한다.

53절은 구약 신학의 핵심 과제 목록이다 — 약자 보호, 과부 돌봄, 고아 지원. 이 목록은 신명기 10:18, 이사야 1:17, 야고보서 1:27까지 관통하는 가장 오래된 신앙의 기준이다. 바룩서는 우상이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방식으로 우상의 무력함을 증명한다. 진짜 신은 약자를 돌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무보다 못하다

54 금과 은으로 씌운 것들은 산속 돌들과 같다. 경배하는 자들은 부끄럼을 당할 것이다.

55 어떻게 사람이 그것들을 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56 도둑도 자기 스스로 부끄러워한다. 신상보다는 낫다. 도둑은 적어도 먹고 마신다. 그러나 신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57 기름 바른 나무도 빛난다. 그러나 신상들은 빛나지 않는다. 신상 집 안의 왕도 아무것도 아니다.

58 해, 달, 별들이 빛난다. 명령을 받아서 빛난다. 유용하다.

59 번개가 치면 멀리서 보인다. 바람도 온 나라에 분다. 구름도 하나님이 명하시면 온 땅 위를 덮는다. 이것들은 명령을 수행한다.

60 불은 뜨거운 것을 소각하기 위해 보내진다. 나무, 산, 숲을 태운다.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한다.

61 그러나 이 신상들은 이 모든 것들과 하나도 같지 않다. 아름다운 모양도 없다. 힘도 없다.

62 이것들이 신이 아님을 알아라. 두려워하지 마라.


마지막 결론 — 왕들도 알고 있다

63 그것들은 왕들을 세우거나 폐하지 못한다.

64 그것들은 어떤 나라에도 번영을 주지 못한다. 황금으로 은혜를 표할 수도 없다.

65 어떤 선물도, 유언도, 어떤 사람이 두고 간 것도 신상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66 그것들은 법을 집행하지 않는다. 나라들을 구하지 않는다.

67 따라서 그것들이 신이 아님을 알아라. 두려워하지 마라.

68 그것들은 왕을 저주하지도 않는다. 왕을 축복하지도 않는다.

69 하늘의 표적과 땅의 표적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해, 달, 별들처럼 빛나지도 않는다.

70 짐승들도 그것들보다 낫다. 짐승들은 그늘 속으로 도망칠 수 있다. 짐승들은 자신을 돌본다. 그러나 신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71 우리의 마음에 이것이 분명하다. 그것들이 신이 아니므로, 그것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70-71절은 동물이 우상보다 낫다는 조롱으로 편지를 마무리한다. 70인역의 이 편지 본문은 그리스 철학자들의 신상 비판(플라톤의 에우티프론, 키케로의 신들의 본성에 관하여)과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우상 비판은 유대교만의 전통이 아니라 고대 세계 지성인들이 공유하던 흐름이었다. 그러나 유대교의 비판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 두려워하지 말고, 진짜 하나님께 돌아오라는 요청으로 끝맺는다.


정경 논쟁 — 바룩서의 위치

바룩서(6장 포함)는 가톨릭 교회와 동방 정교회 정경에 포함되며, 가톨릭 전례력에서 독서로 쓰인다. 개신교는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이후 히브리어 성경에 없다는 이유로 외경(Apocrypha)으로 분류해 정경에서 제외했다. 히브리어 원본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그리스어 70인역 본문만 남아 있다. 저술 시기를 기원전 2세기로 보는 견해가 학계의 주류다.


다음 책 — 다니엘서. 바빌론 포로 중 하나님을 끝까지 붙든 청년 네 명의 이야기. 사자 굴과 불 타는 풀무 — 그들은 우상 앞에 절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