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 3장 두려움과 기쁨 사이에서
표제
1 선지자 하박국의 기도, 시기욘(Shigionoth)에 맞춘 것.
시기욘(שִׁגְיֹנוֹת) — 시편 7편 표제에도 나타나는 음악 지시어다. 정확한 의미는 불확실하나 “강렬한 감정으로” 또는 특정 선율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3장은 완전한 시편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 음악 지시어로 시작하고 “셀라(Selah)“가 세 번 삽입되며, 마지막에 “인도자를 위하여, 현악기에 맞춘 것”으로 끝난다. 이 장은 시편 90편보다 오래된 히브리 시 중 하나로 간주되기도 한다. 하박국서 전체에서 가장 문학적으로 정교한 부분이다.
야훼의 오심을 기억하다
2 “여호와여, 내가 주의 소문을 들었고 주의 일을 두려워합니다. 여호와여, 이 수년 내에 그 일을 소생하게 하시며 이 수년 내에 나타내시며 진노 중에도 긍휼을 기억하소서.”
하박국은 간구로 시작한다. “소문을 들었다” — 출애굽, 시나이, 광야의 이야기들이다. 그 일들이 다시 살아나기를 구한다. 신학적으로 정교한 기도다. 현재의 혼돈에서 과거의 구원을 소환한다.
3 하나님이 데만(Teman)에서 오시며 거룩하신 이가 바란(Paran) 산에서 오신다. 셀라
그의 영광이 하늘을 덮고 그의 찬송이 땅에 가득하다.
4 그의 광채가 빛과 같고 그의 손에서 광선이 나온다. 그의 능력이 그 속에 감추어져 있다.
5 역병이 그 앞에서 행하고 불꽃이 그의 발 밑에서 나온다.
6 그가 서서 땅을 측량하신다. 그가 바라보아 민족들을 흔드신다. 영원한 산들이 무너지고 오래된 언덕들이 낮아진다. 그의 길은 영원하다.
7 내가 구산(Cushan)의 장막이 환난 중에 있음을 보았고 미디안(Midian) 땅의 장막 커튼이 떨림을 보았다.
데만과 바란 — 시나이 반도 남쪽 지역. 이스라엘이 광야를 지날 때 하나님이 나타나신 방향이다. 신명기 33:2, 사사기 5:4의 “하나님이 세일에서 오셨다”와 같은 신현(神顯, theophany) 언어다. 데만은 에돔 지역 도시로 남방을 상징한다. 구산은 에티오피아(구스)를 가리키거나, 고대 자료에 나타나는 아람 계열 집단일 수도 있다.
8 “여호와여, 주는 강들에게 노하셨나이까? 강들에게 진노하셨나이까? 바다에게 분노하셨나이까? 주는 주의 말들을 타셨으며 주의 구원의 병거를 모셨습니다.
9 주의 활이 완전히 드러났으며 지파들에게 향한 맹세가 말씀이 되셨습니다. 셀라
주는 강들로 땅을 쪼개셨습니다.
10 산들이 주를 보고 흔들렸으며 큰 물이 몰려갔으며 깊음이 소리를 질렀고 높이 손을 들었습니다.
11 주의 살의 번쩍임과 주의 빛나는 창의 광채로 인하여 해와 달이 각자의 처소에 멈추었습니다.
12 주는 분노 중에 땅을 통행하시며 진노 중에 민족들을 짓밟으셨습니다.
13 주는 주의 백성을 구원하려고, 기름 부음 받은 자를 구원하려고 나오셨습니다. 악인의 집의 머리를 치시며 기초를 목까지 드러내셨습니다. 셀라
14 주는 주의 창들로 그 지도자들의 머리를 찌르셨으며 나를 쫓아 먹으려 할 때 그들이 광풍처럼 달려와 흩어지려 하였고 가난한 자를 몰래 삼키려 기뻐하였습니다.
15 주는 주의 말들로 바다를 다니셨으며 큰 물을 걸으셨습니다.”
8절의 “강들에게 노하셨나이까?” — 출애굽 때 홍해가 갈라진 사건과 요단강이 멈춘 사건을 시적으로 압축한 것이다. 10-11절의 “해와 달이 멈추었다”는 여호수아 10:12-13의 기브온 사건을 가리킨다. 하박국은 이스라엘 구원사의 주요 장면들을 한 편의 시로 엮었다. 가나안 신화의 바알과 바다의 싸움 이미지를 차용했다는 학설도 있다. 차용했다면 그것을 야훼의 행위로 전환한 셈이다.
두려움 — 그러나 기다리겠다
16 내가 들었으므로 내 창자가 떨렸고 그 소리에 내 입술이 떨렸으며 내 뼈에 썩음이 들어왔고 내 발이 서 있는 곳에서 떨렸다. 나는 우리를 침략할 그 민족의 날, 환난의 날을 기다리며 쉬겠다.
16절 — 충격적인 전환이다. 하박국은 하나님의 위대함을 노래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몸이 흔들린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영광이 두려움이 아닌 안도를 준 것이 아니다. 그 영광이 바빌론을 통해 자기 민족에게 임한다는 사실이 뼛속을 흔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기다림이 믿음의 자세다.
17 비록 무화과나무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을지라도 감람나무의 소출이 끊어지고 밭에 먹을 것이 없을지라도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18 나는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인하여 기뻐하리라.
19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그는 나의 발을 사슴 발 같게 하시며 나를 나의 높은 곳으로 다니게 하시리라.
인도자를 위하여, 현악기에 맞춘 것.
17-18절 — 히브리 문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믿음의 고백 중 하나다. 무화과, 포도, 감람, 밭, 양, 소 — 고대 팔레스타인 농경 경제의 6가지 핵심 품목이 모두 없어진 상황이다. 완전한 경제적 붕괴다. 그 조건에도 불구하고(비록 ~할지라도) 기쁨을 선택한다. “비록”이 믿음의 문법이다. 조건이 충족될 때 기뻐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이 구조는 시편 46편의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겠다”와 같은 믿음의 논리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현실을 응시하면서 방향을 바꾼다. 하박국은 납득이 안 되는 상황에서 납득을 구한 것이 아니라, 납득 없이도 신뢰할 수 있음을 고백했다.
“사슴 발 같게” — 사무엘하 22:34와 시편 18:33의 표현과 동일하다. 다윗의 언어를 공유한다. 높은 곳 — 위험한 지형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발. 붕괴 한가운데서의 안전이다.